코딩팍

 

오늘은 캐나다에서 개발자로서 일 환경, 워라밸, 문화에 대해서 나눠보려고 합니다.

 

일단 제가 하는 일은 IT 쪽이기 때문에 오늘 하는 얘기는 캐나다에서 다른 계열/분야에는 적용이 안될 수도 있습니다. 전 세계 대부분이 그럴 거 같은데 IT계열이 조금 더 느슨한 거 같아요, 캐나다에서도 그런 것 같고요.

 

IBM 부서

제가 현재 일하고 있는 회사는 IBM입니다. 보통 IBM 하면 클라우드, 인공지능(AI) 등등을 생각하실수 있는데, 제가 있는 부서는 전혀 달라요. 컨설팅 부서인데 여기서는 모든 직원들이 클라이언트와 일을 하게 됩니다. 모바일앱, 웹, QA, 디자인 등 다양한 디지털 제품을 설계하고 개발까지 도움을 줍니다.

 

계급을 높은 순서대로 살펴보자면:

실제 계약을 맺어오는 파트너 -> 프로그램 매니저 -> 프로젝트 매니저 -> 컨설턴트 이런 식으로 직급이 나뉘게 됩니다. 제가 있는 자리는 컨설턴트 자리입니다. 여기서도 주니어 시니어 이런 식으로 나뉘게 되는데 저는 최근에 승급해서 시니어 자리에 오르게 됐습니다. 그리고 직급마다 숫자로 레벨을 매겨주는데 밴드(band) 레벨이라고 해서 처음에 6부터 시작해서 11까지 존재합니다. 그래서 컨설턴트 직급은 6, 7에 해당되고, 매니저 급은 8, 9이고 계약을 따오는 직급은 10, 11입니다. 그 위로는 경영진 수준으로 CEO 같은 더 높은 자리가 존재합니다.

 

이러한 부서를 보통 한국에서는 SI (system integration)이라고 부르는 거 같은데, 보통 다른 기업에서 프로젝트를 의뢰해오곤 합니다. 그리고 클라이언트 자사에 IBM 직원이 가서 프로젝트 기간 동안은 일을 해주는 방식입니다. 캐나다에서 IBM이 상대하는 가장 큰 기업들은 금융, 항공, 그리고 통신사 계열입니다.

 

사무실

IBM Toronto 사무실

사무실은 오픈 형식으로 돼있어서 사무실 내부가 한눈에 보입니다. 큐비클이 없기 때문에 주위에 누가 있는지 한눈에 보기가 편합니다. 다른 직원들과도 쉽게 상의할 수 있다는 게 특징입니다. 특이한 점은 사람마다 지정된 자리가 없고 웹사이트를 통해서 매일 아침에 하루 동안 자신이 앉을자리를 예약해야 합니다. 이유는 컨설팅 사무실이기 때문에 대부분 직원들이 클라이언트 자사로 파송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입니다. 저도 실제로 IBM 사무실보다 클라이언트 사무실에 많이 갑니다.

 

사무실 부엌에는 에스프레소 머신이 있어서 커피를 자유롭게 먹을 수 있고, 당구대, 탁구대, 푸스볼 (테이블 사커) 테이블 같이 직장 동료들과 같이 쉴 수 있는 공간이 있습니다. 쉬는 시간, 점심시간은 따로 정해져 있지 않기 때문에 아무 때나 쉬고 싶은 때 눈치 없이 노는 분위기입니다. 근데 다들 탁구를 너무 잘 쳐서 저는 못 끼겠더라고요. 전체적으로 사무실은 활기찬 분위기입니다!

 

일과, 출퇴근

캐나다에서 일하는 시간은 보통 9시에서 5시입니다. 하지만 개발자로서는 근무 시간이 정해져 있지는 않습니다. 어떤 사람들은 8시에 와서 4시에 퇴근하기도 하고, 10시에 와서 6시에 퇴근하고 각자 스케줄에 따라서 일하는 시간이 다릅니다. 자택 근무도 가능하기 때문에 보통 미팅이 있다면 그 시간에 맞춰서 들어오고 바쁘면 더 오랫동안 일하는 방식입니다. 저는 10시에서 6시까지 일하는 시간대를 선호합니다. 그러면 출퇴근 시간에 사람이 많은 것을 피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 시간대에 출근하면 집에서 사무실까지는 지하철 타고 30분밖에 걸리지 않습니다. 사람도 많이 없어서 무조건 앉아서 갈 수 있습니다.

 

점심시간은 자유롭게 아무 때나 먹습니다. 보통 30분에서 1시간 정도 쉽니다. 보통 도시락을 싸오거나 주위에 있는 푸드코트에 가서 점심을 사 먹습니다. 가끔은 주위에 있는 레스토랑에 가서 식사를 하고 오기도 합니다. 점심 시간 또한 자유롭기 때문에 오랫동안 사라지는 사람들도 많습니다. 그리고 캐나다 사람들은 일 중간에 시도때도 없이 커피를 사먹습니다. 사무실에 분명히 커피 머신이 있는데 굳이 내려가서 커피를 사 먹고 옵니다. 캐나다에도 스타벅스가 제일 인기가 많고 한 블록마다 있습니다.

 

근데 이러한 자유로운 근무 시간 때문에 신기한 현상을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 보통 4시쯤 되면 슬슬 사람들이 짐을 싸기 때문에 사무실 분위기가 느슨해지고, 늦게 온 사람들은 일찍 온 사람들이 언제 왔는지 알 수 없기 때문에 눈치 보지 않고 그냥 떠납니다. 그런점에서 저도 사실 바쁘지만 않고 하루 일과가 힘들었다면 눈치보지 않고 조금은 일찍 퇴근할 수가 있습니다. 

 

 

워라밸

캐나다에서는 모두 무조건 칼퇴를 합니다. 하던 일이 있더라도 내일로 미루고 퇴근합니다. 미팅하다가도 퇴근 시간만 되면 다 끝내고 내일 하자고 하고 퇴근합니다. 너무 좋은 문화인 것 같아요. 그래서 집에 도착하면 저녁을 먹고 7시 정도부터 시간에 여유가 있습니다. 개인적인 시간도 많고 자기 계발할 시간도 많습니다. 저는 보통 운동을 가고 데이트하고 쇼핑하고 다 저녁에 가능합니다.

 

하지만 최근에는 클라이언트 사무실 1층에 제가 가는 체육관이 있어서 점심시간에 1시간 동안 꾸준히 운동을 가고 있습니다. 12시에 체육관을 가서 50분 운동, 10분 샤워하고 돌아와서 책상에서 점심을 먹습니다. 요즘 들어 은근 책상에서 점심을 먹는 직원들이 많이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저만 그런 게 아니고요;; (아닌가?) 하여튼 이런 식으로 눈치 안 보고 체육관을 갑니다. 심지어 동료들은 '오늘도 운동가? 잘하고 와'라고 말해줍니다. 그만큼 사무실은 자유로운 분위기입니다.

 

캐나다에서는 자택근무가 대부분의 회사에서 가능합니다. 보통은 출근을 하지만 병원, 치과에 가야 하거나 아이를 학교에 데려다줘야 한다거나, 개인적인 용무가 있다면 자택 근무가 가능합니다. 그냥 하루 전에 자기 팀한테 내일 자택 근무라고 말하면 됩니다. 제 팀은 그리고 2주에 한번 금요일은 모두가 자택 근무를 합니다. 금요일 자택 근무는 마음 편하게 주말을 시작할 수 있게 도와줍니다.

 

휴가

IBM에서 받는 휴가는 1년에 15일입니다. 15일은 3주 동안 쉴 수 있는 시간입니다. 다른 회사에 비해서 적은 편이네요. 하지만 언제든지 안 바쁘면 편하게 사용할 수 있습니다. 하루정도 쉬는 것은 보통 며칠 전에만 말해도 쉴 수 있고, 조금 더 오랜 기간을 쉬고 싶으면 미리 스케줄을 말해서 조정하면 됩니다. 그리고 결혼식 같은 중요한 일이 있을 때는 5일을 추가로 줍니다! 그래서 저 같은 경우에는 작년에 결혼할 때 5일을 추가로 받아서 총 1달을 신혼여행 포함해서 쭉 쉬고 왔습니다.

 

휴가 외에도 아프면 쉬는 날 5일, 개인용무로 쉬는 날 3일, 휴일에 추가로 쉬는일 5일 같이 쉴 수 있는 날이 매우 많습니다. 단점이 있다면 10년을 일해야 5일을 추가로 준다는 점입니다. 

 

문화

캐나다에는 계급이 나눠져 있지 않기 때문에 회사에서 모두 친구같이 지냅니다. 아무리 나이가 많고 상사라도 친구같이 편하게 지냅니다. 회식 문화 같은 것도 없고 다 같이 놀러 점심 먹거나 저녁 먹으러 갑니다. 회사 이벤트 같은 것들도 존재 하지만 자유롭게 바쁘거나 참여하고 싶지 않으면 참여하지 않습니다. 팀원끼리 친해지는 시간들을 가지긴 하는데 그것마저 회사 시간 내에 점심시간을 이용해서 합니다. 그만큼 개인 시간을 매우 중요시 여깁니다. 야근 같은 것도 매우 중요한 일이 있거나 스케줄이 너무 밀렸을 때 말고는 잘 안 합니다. 캐나다에서는 야근 수당을 1.5배-2배로 주기 때문에 회사에서도 많이 부담이 되지요. 저는 지금까지 발표 준비 같은 경우를 빼고는 야근을 한적은 없습니다.

 

 

사무실 복장은 대부분 자유롭게 캐주얼하게 입습니다. 티셔츠, 청바지, 운동화 신고 출근을 하는 게 기본이고 셔츠나 양복을 입어도 상관없습니다. 보통 개발자들은 편하게 다니고 비즈니스 쪽 사람들은 양복이나 셔츠를 입습니다. 심지어 면접을 볼 때에도 면접관들은 편하게 반팔티 입고 오기도 합니다. 그래도 면접자 입장에서는 최대한 조심하게 셔츠 정도는 입는 게 좋습니다. 최대한 조심해서 나쁠 건 없겠죠? 저 같은 경우엔 하루는 셔츠 입고 갔다가 동료들이 면접 보고 왔냐고 물어보기도 했습니다.ㅎㅎ

 

캐나다에서 영어 실력은 개발자로서 좋아야 합니다. 어딜 가나 의사소통은 굉장히 중요합니다. 미팅에서 발표할 일도 많고, 기술적인 언어들도 모두 이해해야지 무엇을 만들지 이해하기 쉽고, 클라이언트의 요구사항을 모두 알아 들어야 합니다. 문서화도 기본적인 업무 중 하나이기 때문에 글로 쓰는 능력도 중요합니다. 그래도 캐나다는 이민자 국가라서 영어 원어민은 많이 없습니다. 다들 발음 억양이 있고 서로 영어가 주 언어가 아닌 걸 알기 때문에 조금 영어가 서툴더라도 잘 이해해 줍니다. 하지만 이민자가 너무 많기 때문에 가끔은 의사소통이 잘 안돼거나 알아듣기 힘든 억양으로 말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회사 복지 제도

보험: IBM에서 제공되는 회사 보험은 1년에 1인당 200불 정도 냅니다. 그러면 보험으로 치과, 약, 마사지, 안경, 수술, 등등 의료 관련 비용은 모두 80% 이상 커버됩니다. 하지만 캐나다에서 보험이 없다면 병원비용 이외의 치과, 안과와 같은 의료기관 비용이 굉장히 비싸기 때문에 보험은 필수입니다. 

 

연금: 월급에서 연금 저축은행으로 바로 보내면 회사에서 저축한 만큼 100% 더 추가해서 저축해 줍니다. 무슨 말이냐면 제가 이번 달에 200불을 연금에 넣으면 회사가 200불을 추가로 넣어줘서 총 400불 저축이 됩니다. 너무 좋은 제도이기 때문에 무조건 신청해야 합니다. 하지만 월급의 최대 10%까지만 지원해주는 제한도 있습니다.

 

주식: IBM 주식을 할인된 가격으로 구매할 수 있습니다. 정확한 할인율은 모르지만 그래도 싸게 큰 회사의 주식을 살 수 있으니 좋은 기회입니다.

 

핸드폰: 제 부서가 컨설팅 부서라서 이동이 많기 때문에 핸드폰 지급 + 통신사 비용을 모두 지불해 줍니다. 핸드폰은 최신 아이폰 전 버전을 지급해주고 2년마다 업그레이드 가능합니다. 저는 이제 곧 2년이 지나서 쓰던 iPhone 7을 iPhone SE로 업그레이드 예정입니다. 핸드폰 통신사 비용도 무제한 통화, 인터넷, 로밍이 되기 때문에 전 세계에서 사용 가능한 번호를 줍니다.

 

자기 계발 비용: 회사는 직원의 성장을 중요시하기 때문에 자기 계발에 드는 비용을 내줍니다. 예를 들면 온라인 코스가 있다면 그 비용을 지불해주고 자격증을 따고 싶다면 시험비용도 내줍니다. 물론 이런 기술들이 어디에 사용되고 도움이 되는지 이유를 제출하고 승인되어야 합니다.

 

 

캐나다에서 개발자로 일하기. 조금은 소개가 되었는지 모르겠네요. 정말 좋은 점도 많고 직장 문화도 너무 마음에 듭니다. 하지만 모든 회사들이 그렇지 않다는 점 유의해 주시고요. 제 주위에 개발자가 아닌 다른 계열의 친구들을 보면 정말 야근도 많고 스트레스도 많이 받는 사람들도 많습니다. 하지만 개발자로서는 일 하기 좋은 나라는 확실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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